미스 스티븐스 Miss Stevens , 일상 속 연기를 해야하는 모든 어른들을 위해 일상 日記






뜬금없지만, 난 거짓말을 못했다. 이를테면 '얼굴에 감정이 빠르게 나타나는 사람'. 제일 불리한 게임은 포커. ( 사실 룰도 잘 모른다. )


 가령 ( 회사원인 내가 ) 월차를 내고 대학가 근처에서 영화를 보았을 때. 어느 할머니가 "학생, 여기 근처 은행이 어디야?"라고 물어본다면, 그냥 학생인 척한다. 그러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이 정도 가지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뭔가 껄끄럽다고 해야 할까. '제가 사실은 학생이 아니고, 이 근처를 지나고 있는 회사원입니다만' 해야 할 것 같은 불편함에 휩싸인다. ( 그래서 프롤로그가 긴 연애도 잘 못한다. 일명 '썸'이 길면, 포장해야 할 게 많아 이래저래 둘러대는 내가 불편하달까. 이건 영화 감상 밖으로 간 것 같고. 여하튼 ) 뭔가 솔직하지 못하면 불편해지는 것 같은 삶을 살아왔다.


 그런지라 연기는 단연 먼 영역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연극이라면, 대학로가 멀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챙겨보았던 정도. 아니, 대학생 때 열렬하게 짝사랑한 연출학과 선배 영향이 있었으려나?


 언젠가 문득 '내가 정말 요령 없이 살았구나!'를 깨달은 건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인데,

 돌이켜보면 분에 넘치게도 꽤 괜찮은 회사에 면접들을 보면서도 늘 끝이 보일 것 같은 마지막 면접에서 ( 술에 취하면 '보스몹 면접'이라고 부른 면접들에서) 떨어졌다. 되돌아보면 이유는 간단했다. 속칭 자기 PR 시대에 나는 너무 솔직했고, 거짓말을 할 때 표가 났다. 아마 여러 사람들을 평가하는 면접관분들에겐 바로 보였을거다. 그러면서 나는 은근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너무 솔직한 건 취업에도 연애에도 좋지 않구나. 나는 그래서 취업도 연애도 못하는구나?'



 그 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다. '생활 연기를 배우고 싶다.

 ( 실제로 찾아보았다. 마이크 임팩트 스쿨에는 배우학교 클래스가 있다. 가격과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듣지 못한게 함정 )


 몇 번의 취업 실패 후 어느 정도의 거짓말과 포장을 꽤나 능숙하게 시작했고, 어렵게 사회인이 되었다. 취업준비생의 연기가 어려웠지, 한 번 시작하니 회사원으로 연기는 응용편이었다. 생활연기 실력이 그닥 좋은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터득했다고 생각한다. ( 물론 눈치 좋은 분들은 금방 알아채지만 )

 딱히 회사원인 내가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 과정을 즐길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종 사회인들이 출근과 퇴근이 불편한 이유를 떠올리자면, '일을 하러간다'가 아니라 '연기를 하러간다'가 한 몫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비단 화장을 하고, 회의를 하는 것 뿐이 아닌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연기들. 이를테면 서로를 직급으로 부르고, 나와 타인의 선을 지키면서도 무언가를 얻고 받으려는 그렇고 그런 업무상의 행위랄까.



 그래서 미스 스티븐스의 영화는, 어른이자 선생님이어야만 하는, 

 자신의 삶을 연기하는 어느 한 인물의 이야기로 보기에 충분했다.

 

 충분한 재능을 가진 빌리 삶과 연기 ( 티모시 샬라메 ). 비록 연기력으로는 부족하지만 탄탄한 기획력을 보이는 마고와 ( 릴리 라인하트 ), 연기에 대한 애정과 뚜렸한 주관을 가진 샘 ( 앤서니 퀸틀 ). 그리고 고인이 되었지만, 엄마이자 연기자의 삶까지 균형감을 가진 스티븐스의 엄마까지. 자신의 주관과 연기에 대한 가이드를 뚜렸하게 가지고 있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스티븐스는 그녀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아니, 오히려 삶과 연기의 경계가 뚜렸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했을 것 같다. 연기를 하지는 않지만 영화 내내 그녀는 레이첼이 아닌 미스 스티븐스로 삶 속에서 연기를 계속 한다. 






신기하지 않으세요? 매일 같이 지내고 별 얘길 다하는데 서로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영화를 절묘한 타이밍에 만났다. 오래 다니고 싶던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하게 되었다.

 그 이유 중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군중 속의 고독'. 회사는 업무상으로 다니는 게 맞지만, 한 명 정도는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한데 정 붙일 곳이 없었다. 난 정말 그 누구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고, 누구도 나를 안 알아주는 상태가 되었다.

 그들도 곁을 안 주었고, 나도 곁을 안주었겠지. 혹은 코드가 맞지 않거나.

 

 "슬퍼하는 게 보이는데. 내가 기쁘게 해줄 방법을 아는데. 저한테 자꾸 가라고만 하셨잖아요?" 라는 빌리의 대사가 와닿았고,

 미스 스티븐스가 아닌 레이첼로 타인과 교류하기 싫고, ( 원나잇일지라도 ) 어쨌든 육체적 교류가 있는 사람마저 무슨일이냐고 묻는다고 해도 혼자서 웃기만하고 말하지 않는 주인공의 상황이 공감 되었다.

 누군가의 삶이 엮인다는 건,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할지라도 연기가 아닌 진심이 보여야하니까.





LET THEM TAKE CARE OF YOU.


SOMEONE SHOULD TAKE CARE OF YOU, TOO.  


 조잡한 감상평을 쓰기 시작할 때는, 

 한 사람 정도에게만은 연기가 아닌 약간의 진심을 보일 수 있는 틈을 가진 어른이 되길 바란다고 쓰려고 했다.


 생각해보니 그것이 진심이 아니여도 어떠랴.

 연기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고 보살펴주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 TMI 영화속에 나온 노래는 가사가 찰떡 미스 스티븐스 노래라 계속 떠오를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VKvF1nIZG6g


그리고 내가 들은 노래는 I KNOW YOU KNOW I LOVE YOU.

다음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구구절절한 연기 없이, 담백하게 표현해야지.


https://www.youtube.com/watch?v=6qIbd_rHW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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