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가장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우리 / 벤 이즈 백 Ben is Back , 2018 일상 日記








나도 내 마음도 잘 모르겠는데,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건 정말 오만한 생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를 제일 잘 아는지 물어본다면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족'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가 문득 돌이켜본다.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 나의 비밀들과 그들이 모르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내가 가족들을 잘 아는지는 물음표를 표시하며 보류할 수 있겠으나, 가족들이 나를 잘 아는지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날 잘 모를 것이다. 아니 모른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 수도 있는 사람들도 온전한 나를 잘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느 부분에서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자연스럽게 숨기고 넘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고,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여운이 꽤 남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먹먹했다'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 <가족이라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기에 믿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이번 작품.

 아마 이번 작품을 본 관객이라면, 본인의 가족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벤 이즈 백>은 약물중독 재활 치료를 받는 아들과 그를 보호하고 싶은 엄마의 크리스마스 연휴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족에 대한 애정만을 담지 않았다. 약물과 중독이라는 부분으로 생각해야 할 포인트를 잡았고, 평면적인 드라마 장르로 보기보다 어느 정도 범죄와 스릴러물 같은 분위기도 담았다.

 

 약물에 대한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당사자, 가족, 주변인 등 여러 인물의 관점에서 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디테일하게 만든 것도 매력적이다.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마약에 대해서 전혀 경험하지 못한 관객들까지도 여러 상황을 생각할 수 있도록 보여주면서 빠르고 간결한 호흡을 가지고 있어 인상적이다. 마약에 대한 이슈가 비교적 생소한 우리나라 관객들에겐 아마 사건의 메인 주제인 마약과 마약 중독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소함까지 한 꺼풀 덜어낼 수 있을 정도로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마약이 생소할 수 있다고 쓰고 나서 생각해보니 최근 뉴스를 보면 아닌 것도 같지만 ) 


 거기다 약물이라는 매개체를 다른 주제로 대입시켜 작품을 본다면,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다가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 모르게 2인 1조로 길에서 말을 거는 활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혹은 10대 학생이고 착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이후의 시간에 음주와 담배 등 속칭 탈선이라고 불리는 것을 하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위험에 처할 수 있고, 벗어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기 때문.




모든 가정마다 수백 가지의 다른 사정들이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한 가지는 서로를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줄리아 로버츠 





(+) 어버이날 영화를 보러 갔더니, 관계자분이 카네이션을 주셨다. 열 일하며 친절했던, 관계자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가족이기에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에 대해서 깊이 있고 세밀하게 표현했다. 가족이기 때문에 더욱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실망하고, 걱정하고, 화가 나는 입체적인 부분을 다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은 복잡한 감정을 잘 그려내는 장면과 대화들.


 우선 이번 작품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피터 헤지스 감독은 <길버트 그레이프>의 원작 소설가라고 한다. ( 사실 난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이 설명을 듣고 나니 '게임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벤 이즈 백 감독? 길버트 그레이프 원작자. 게임 끝. 왓 엘스?' ) 벤 이즈 백과 길버트 그레이프를 같이 만난 관객들이라면, 감독이 어느 분위기와 감정선을 전달하고자 했는지 아마 어렴풋하게나마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더불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투영했다. 알코올 중독을 겪은 엄마와 그 곁에서 그러한 상황을 마주하고 불안감을 가졌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 영화가 비슷한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들보다 더 전달력 있게 다가왔다면, 아마 실제 경험이 아니고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까지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그려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전달하는 영화의 주제부터 캐릭터, 대사, 장면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좋았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작품.





우리만큼이나 온전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정말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루카스 헤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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